타르코프스키의 학창시절에 The Killer는 국립학교에서
팀 과제(이게 팀 과제라니 ㅎㄷㄷ)로 만들어진 영화이다.
거기서 타르코프스키는 첫번째 아내도 만들고, 절친 고든도 있었다.
1953년에는 스탈린이 죽고,
크루체프(후루시초프, 후루쇼프, 걍 Khrushchev)가 스탈린을 비판하면서
억압에서, 독재자의 세계에서 벗어나던 시기였다.
그 시기에 마침 팀원들은 과제를 맡았다.
대부분 학교 선생님들은 따분하고 보수적인 것에 비해,
Room 선생님은 자신의 글을 비판해도,
학생들의 자존감을 일으켜주시고, 각 개개인의 재능을 칭찬해 주셨다고 한다. ^^;;;;
그런 환경에서 팀과제 주제를
당시에 미국 소설로 처음 들어온 웨밍웨이의 The Killers를
만들어보자고 타르코프시키는 팀원들에게 이야기한다.
그리고 자신이 영화에 출연하면서, 자신의 메타포를 남긴다.
'이제 자유의 세계가 온다.'
6시 살짝 넘어 온 손님2(타르코프스키)를 보고 놀라는 카운터 조지,
귀엽게 생긴 초보 킬러가 불안한 듯 속 주머니로 손을 집어넣는다.
얘네는 정말 귀엽다. '나 킬러요'하고 다니는 모습에 귀엽상이라니....
킬러는 집 벽에 담배빵을 할 수 있는 manly man
전 복싱선수 안드레손 인 줄 알고 쫀다.
무언가 줍는 타르코프스키는
긴장감이 가득 차 있는 식당에서
미국 재즈곡(Lullaby of Birdland)을 상쾌하게 휘파람으로 불어댄다.
과제 팀원들은 Voice of America라는 방송을 통해 그 곡을 접했다고 하며,
그 곡이 자유의 상징이라는 것을 안다.
1920년대 소설을 숙제로 만들면서,
1950년대 노래를 휘파람으로 분다. 터미네이터처럼 ^^
떨어져있는 라벨 선명한 술병은
북한에 떨어진 삐라보다도 더 선명하게,
자유주의자(전체주의자의 반대로서)임을 선언하고 있다.
그 외에 킬러를 주방창구 틀에 갇어놓기도 하고,
닉이 주인공임을 보여주기 위해,
닉의 관점에서 부엌 바닥샷을 보여준다.
길고 심플하고 명확하다.
The Killers의 미장센은 상징과 은유(메타포)로 쌓여 있다.
그리고 마지막 장면은
문을 닫는다.
부딪치고 싶지 않은 현실이 닫힌 문 밖에 있다.
그게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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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소년 야마무라의 시골의사 마지막은
문이 열린다.
내면의 세계에서 맨 마지막 장면에서야 겨우
현실로 나온다.
야마무라의 시골의사는 구세주로서,
자각하고 한 걸음 내민 것이 아니라,
현실의 세계로 내몰리는 듯하다.
왜냐하면 야마무라는 내내, 내면의 세계에 빠져있었으며,
에로스(성적 충동, Libido)와 타나토스(죽음의 충동, Destrudo)의 환청에서
벗어나질 않기 때문이다.
이런 내면의 분열은 에반게리온에서 잘 보인다.
에반게리온의 신지가 모든 걸 체념했을 때(타나토스에 사로 잡혔을 때),
미사토, 아스카, 레이가 신지를 유혹 할 때(에로스를 활용하여 생의 의지를 불태울 때),
신지가 아스카를 죽이려 목을 조를 때(타나토스와 에로스가 함께 드러난다),
그리고 타나토스란 OST는 너무나 달콤하다(Komm Süsser Tod, 오라 달콤한 죽음이여).
야마무라는
새신부의 야릇한 일기장처럼,
느끼고 있는 내면의 모든 것들을 다 드러낸다.
참 솔직하기도 하다. 저래도 되는가 싶기도 하다.
야마무라의 시골의사를 보면서 떠 올린 곡은
이 친구는
이쁘면서 사랑스럽지는 않다고 자신을 낮추면서 남성성을 세우고
침대로 가자고 하기도 하고,
힘들면, 잠자리가 싫으면
감당 안 될 정도로 술한잔 하자고 한다.
(좋아~) 비현실적이다. 아니 초현실적이다.
11학번 아래일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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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에 어떤 사람들은
왜 소설과 음악에 시간을 보내냐고 하기도 한다.
그렇게 말하는 사람과 세상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된다.
어떤 사람은 수고스러움이 필요한 방법으로 자신의 이야기를 전한다.
(처는 잠긴 현관 비밀번호 누르는 속도와 칼질 소리크기 만으로 마음을 전하려 한다)
그 속마음을 알게 될 때, 힘들기도 하지만 짜릿하기도 하다.
아니 어쩔때는 맞추고 싶지 않다. ㅋㅋㅋ
또 어떤 사람은 자신의 모든 것을 내던진다. 부담스러울 정도로,
하지만 까발라진 모습이 reflex된 내 모습인 것을 알아차리는 데는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
메타포로 뒤덮힌 사람이나, 무방비로 헐벗은 사람이나,
어쩔 땐 부딪치고 싶지 않다.
그래도 소설과 영화와 음악을 조금 열심히 보면
그 싫은 인간들이 불쌍하게 보기도 하고,
심지어 사랑할 수도 있기도 하다.
어디로 가든 쉽게 이해되는 건 없다.
"The true way is along a rope that is not spanned high in the air, but only just above the ground. It seems intended more to cause stumbling than to be walked upon."
– Franz Kafka
사욕
: 타르코프스키가 들은 Lullaby of Birdland는 Sarah Vaughan 버전인 것 같은데요.
휘파람의 피치, 바이브레이션, 자유로운 스캇을 감안할 때 ^^
전 우리나라 비현실 똥보따리 백예린이 더 좋네요.
아 상쾌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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