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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s Lesen/korean

『아홉 켤레의 구두로 남은 사내』 연작, 윤흥길(1977)

1. 이야기

 

1) 아홉 켤레의 구두로 남은 사내

 

오 씨는 세를 주고 있는데, 경찰이 세입자 권 씨의 주요 일정을 확인해달라고 한다. 권 씨는 사찰 대상자이다.

오 씨는 권씨를 탐탁지 않아 했다. 처음부터 상의도 없이 잔금도 치루지 않고, 네 식구가 이사를 했다.

오씨는 지난 김 씨가 세 들던 때를 떠올린다. 당시 집주인 김 씨는 오 씨를 통해(집을 통해) 술값을 꿔갔다. 게다가 선생 내외라고 다들 호기심으로 쳐다 보고, 욕이 멈추는 적이 없는 고물상 여자의 기세에 아내는 눌리고 있었다.

그런 아내에게 전과자 권 씨의 과거를 알려줄 수는 없는 것이었다.

아들 동준이는 권씨네 아이에게 당하고, 권씨네 아이들은 콘돔을 불어 풍선으로 놀고 있었다. 그런 권 씨에게는 필요 이상의 많은 구두(윽... 자전거, 기타)가 있었다. 그런 권 씨는 출판사에서 저자 앞에서 지적질을 하여 해직되고 만다.

아들 동준이가 아이들 앞에서 과자를 가지고 갑질 하는 모습을 오 씨는 보게 된다. 가정방문하러 가는 길에 우연히 막노동하는 권 씨를 보게 되고, 그날 저녁 술 취한 권 씨는 전과자임을 아내에게 이야기 한다. 김치찌게 재탕과 반찬으로 술자리가 이어진다.

권씨는 철거민 입주권을 위해 20평짜리 땅을 가졌었다. 보름 만에 집을 짓지 않으면, 철거민 입주권을 받지 못하는 상황이 되었었다. 간신히 집을 지어놓았더니, 평당 부담금을 보름 안에 내야 했다. 게다가 취득세도 내어야 하는 상황이었다. 입주자 측 투쟁위원회 청년으로부터 새나라의 어린이 취급을 받는다. 참외를 실은 삼륜차가 뒤집이자, 사람들은 참외 쪽으로 붙는다. 권 씨는 부지불식간에 주동자가 되었다.

권 씨의 셋째는 탯줄을 목에 감고 있었고, 급전 10만 원이 필요하였다. 빌려주지 못하는 오 씨는 참외를 담은 삼륜차에 달려드는 군중을 보았을 권 씨처럼 완전히 나체가 되었다. 이리저리 변통하여, 오선생이 권씨네 출산을 도왔다. 그날 저녁 오씨네는 초보 도둑이 들었다. 권 씨였다. 구두 아홉 켤레 중 한 켤레의 행방을 찾기 위해 이순경을 전화로 불렀다.

 

2) 직선과 곡선

 

오선생이 이야기하는 아홉 켤레는 그럴듯해 보이는 숫자 그 이상이 아니다. 나는 죽었다 다시 돌아왔다. 지나치게 주목받는 아홉 켤레의 신발을 아궁이에 태워버렸다. 작부 신양과 사흘을 노닥거리다, 입산금지에 들어갔다가 형편없는 몰골로 집으로 돌아왔다. 양산도집의 신양에게서 등신 취급받으면서 술을 마셨는데, 세상 물정 좋은 그네들에게 번쩍거리는 구두는 어떤 효과를 기대하기 힘들었다. 양산도집에서 일어난 나는 모든 것이 오선생 때문이라고 비논리적으로 명확하게 판단되었다. 오선생의 수치심을 일으키는 행동은 다시 양산도집으로 가게 하였다. 신양은 마지막 호의를 베풀지만, 또다시 등신이 돌아온다. 신양은 고지새로 등신 취급하며, 고향 이야기를 꺼낸다. 고향과 가족 이야기로 서로 퉁을 치지만, 나는 약을 목안으로 넘기고 만다. 신양은 도망치고, 며칠이 지나서야 일어나게 된다. 신양의 고마움을 뒤로하고, 일자리를 찾던 나는 마징가 제트형 교통사고를 당한다. 번쩍이는 구두와 같이 문화부 기자를 들먹인다. 나는 교통사고를 당한 것인지, 유발한 것인지 헤갈 린다. 비서는 만족할 만한 합의서를 작성한 후, 사진은 연신 찍어대었다. 신문 지상에 자해 상습범이 된 나는 오선생보다 동요되지 않는다. 오히려 하얀 병원 생활 소원을 성취하였다. 어른이 되었다. 퇴원한 후(어른이 된 후) 오선생은 나를 사무적으로 대했고, 나는 이제 출근할 수 있게 되었다.

 

3) 날개 또는 수갑

 

사복을 입으란다. 우기환이 불평을 내세운다. 우기환의 불평을 논거로, 거꾸로 회사 먹칠하라고 장선생이 비꼰다. 관리 과장 앞에서 오히려 장선생이 사복에 대한 이견을 내세우고, 우기환은 아무말 없었다. 우기환을 싫어하는 민도식은 다방 아가씨에 제복에 관심을 가진다. 거기에 우기환은 어린 꼰대 기질로 분위기를 조진다. 생산직의 사복 입은 사람들은 더 술맛을 떨어뜨린다. 민도식에 눈에는 이제 제복이 크게 보인다. 동림 사장 내외는 언론을 교묘히 사용할 수 있는 재능이 있다. 형식적인 회의를 통해 사복 준비 안은 의결된다. 불만을 하는 데 생산직 사복이 쳐다본다. 권이다. 권을 노리개 삼으려 했으나, 권은 자신감 있다. 논리는 명확하다. 중차대의 구분이다. 모두 중요하나 팔 찾으려는 사람을 무시하지 말라는 것이다. 민도식 일행의 불평은 사장 귀에 들어갔고, 민도식은 주머니의 거북선을 감춘 채 청자를 피게 된다. 사장은 진행되고 있는 건에 대해 문제를 일으키지 말라고 결정지어버린다. 민도식은 집에 돌아와 허세를 부려보지만, 무리에 섞이지 못하는 자신을 보게 된다.

 

4) 창백한 중년

조직화된 점심식사에 피로감을 느끼고 있었다. 여공이 중식 시간에 점심을 즐기고 있었다. 안양은 기침을 눈감아 달라고 한다. 쫓겨날 걸 우려한 안양은 권 씨를 본사에서 온 사람으로 착각하고, 성접대를 하려 한다. 그제야 권은 스스로 나가라는 본사의 의미를 깨닫는다. 안양은 활동성 폐결핵이었고, 자기 자리를 빼앗기고 싶지 않았다. 그러다 안양 팔 하나가 잘려져 나간다. 안양을 찾은 권은 안양 애인 박 군에 의하게 얻어터진다. 청량감 있는 타격이다. 죽지 않고 살아남는다면, 싸울 계획이다. 

 

2. 앞선 생각들.

 

1) 비판

권 씨의 의식변화는 작가 생각을 투사한 지식의 허세에 불과할 뿐이다.

권씨 같이 사는 사람이 시대를 대표하지 못하며, 전형성 획득에 실패한 작품이다.

 

2) 긍정

주변인의 삶을 구체적으로 기술하고, 급변하는 사회와 모순을 형상화했다.

아직도 진행되고 있는 철거의 불법성을 명확하게 잘 그려냈다.

모순된 삶 속에서도 변혁에 앞장서는 작가와 현실과 부패에 나서는 건 언제나 소시민이다.

힘들어도 무기력해지고, 비속함에 빠져 살지 말자

 

3) 흔한 시험에 나오는 의미

구두, 자존심. 구두를 지키려다 패배. 태워버리지만 최종 실패는 아님.

새로 갈아 신는 행위는 배운 사람이 뭘 해야 하는지 드러내고 있다. 뭐라고?

 

3. 내용

 

1) 분위기

 

(1) 단대리

철거주민이 모여 사는 가난과 소외의 장소이며 변두리이다. 동네 사람들은 오선생을 구경하지만 날품 일과 반실업 상태가 태반이다.

 

(2) 배택주의 :  돈 버는 이유도 집을 사기위해서이다(2020년 20, 30대 대상, 돈버는 이유 설문조사 결과 1위).

오선생의 전 집주인은 일주일 만에 날림 집을 지어 오선생에게 세를 준다. 안전은 눈곱만큼도 신경 안 쓴다.

선생은 주인의 우월감 세우는 데 도움이 됨. 집이 오선생을 지배하고 있다.

권기용은 철거민 입주권을 위해 빚을 내어 땅을 사게 된다. 철거민의 권리를 빼앗았으나, 누구라도 가져갈 양도임을 되씹으며 합리화한다. 직선과 곡선을 통해 권 씨는 부조리한 현실에 동의한다.

 

2) 사람들

 

(1) 메멘토 마조히스트 권 씨(Feat. 참외)

 

철거현장에서 참외는 무시무시하게 절실한 것, 먹고사는 것이다. 삶의 터전보다 당장 먹어야 할 것이 필요한 사람들을 본다. 그를 보면서 나체화 같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가 기억하는 것은 참외까지이다. 그 이후는 폭주이다. 버스 위에 올라가고, 각목을 휘두른 것은 기억나지 않는다. 극도의 분노로 기억할 수 없다.

폭주하는 권 씨는 철거민 권리를 뺏기 위해 땅을 산 동일인물이다. 투사도 아니고, 먹고사는 것도 힘든 자신이 스스로를 부정하는 모습을 보고 폭주한다.

 

신양이 건네준 것을 먹고, 또다시 정신을 잃은 권 씨는 모든 걸 잊어도 신양을 잊지 않기로 한다.

엄청난 규모의 신양을? 참외 같은 신양?

"...사실 나는 구두를 태움으로써 구두를 태우기 이 전의 일들도 말짱 다 불타 없어지기를 바랐으나,

신양에 대한 기억만은 거기서 철저히 예외였다"

신양과의 관계는 해학적이지만, 모멸적이고 속물이더라도 살아야 한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권 씨는 죽음 앞에서도 신양을 통해 안도감과 위안을 얻었으며, 방법은 수모와 학대였다.

 

위대한 신양. 신양의 허락이 있어야 관계가 가능하며, 신양의 관계에서 사정할 수 없다. 사정의 실패는 마조히스트가 더 높은 쾌락을 얻는 방법이다. 그 실패를 통한 쾌락이 생존본능을 일깨우고, 자각한 권 씨는 사고 차량이 회사 사장의 차이길 바라는 속내을 감추지 않는다. 

 

창백한 중년에서 스스로 대학을 나왔지만 본사에서 온 사람이 아니라고 권씨는 고백한다. 그는 대학 나왔다고 도둑질하면서도 말했던 사람이다. 또 잊었나 보다.

공순이 하나쯤 맘대로 주무를 수 있는 사람이라고 박환청이 착각한다.

이름이 환청이다. 권 씨의 메멘토의 기반에는 환청이 있다. 마조히스트는 환청을 기반으로 쾌락에 접근해 간다.

청량감 있는 타격감을 느끼면서 기억을 잊어간다. 그 메멘토 마조히스트 창백한 중년 때문에 팔 잘려간 창백한 여공 안 씨가 지워졌다. 이쯤 되면 모든 게, 거짓이길 바라는 독자의 마음을 작가가 배려한 것으로 느껴진다.

 

(2) 동림 사람들

군사문화를 상징하는 사복을 가지고, 이야기하는 사람들. 여론은 조작되어 있고, 그 안에서도 자신의 작은 것(?) 하나 놓치고 싶어 하지 않는다. 일자리도 유지하고 싶고, 비판하기는 싫고, 무시받고 싶지도 않아한다. 어쩌라는 거지?

지나친 욕심이다.

 

3) 느낌 같은 죽음

 

(1) 권 씨의 3번의 부활, 죽음 연습.

 

우리 권 씨는 심 양과의 관계 실패 후 자살을 통해 속물로 거듭나셨으며, 마징가제트 차사고를 통해 병원에서 어른으로 거듭나셨으며, 청량감 있는 박환청의 구타로 투사로 거듭나십니다. 그러나 그것은 죽을 것 같은 체험일 뿐이다.

 

술집 작부에 죽고, 자본가에게 죽고, 노동자에게 죽지만 그러한 죽음은 단 한 번도 권 씨의 의지에 의한 것이 아니었다.  의도치 않은 죽음 연습은 피할 수 없는 우리 자신의 모습과 수동성을 나타내고 있다.

이런 수동성은 구두 열 켤레를 가진 권 씨를 변하게 하고, 사람들에게 다다가는 도구이지만, 근본적으로 그 사람들과 함께 할 수는 없다.

 

(2) 죽을 만한 오선생

오히려 죽을 만한 사람은 오선생이었다. 감히 도둑의 실수를 지적한 점(권 씨도 지적질하다 쫓겨났다).

대문은 저쪽입니다라니... 식구 중에 누군가가 몹시 아프다던가...

수술비를 거절하지 못하는 이유가 나체라는 느낌이라서 니... 램의 이상이라니...

오선생은 권 씨를 자신을 완성시키는 도구로 전락시킨다. 친절은 맞지 않는다.

교통사고 후 어른이 된 권씨를 사무적으로 대한 것은 권 씨가 더 이상 자신의 도구가 아니기 때문이다.

수치심 유발자 오선생(혹 오선생이 내가 아는 오선생?)은 언제 칼 맞아도 이상하지 않다.

그래서 오선생의 불안은 이순경으로 대치된다.

 

3. 결론

 

1970 연대 주택복권은 철거민을 농락하는 도구였으며,

그 적통을 이어받은 로또는

불륜의 자산(얼마 전 누가 로또 맞았다고, 불륜 이야기를 들려주고 술을 사 주었다) 일 수밖에 없다.

 

자존심과 자아존중감을 구분하면서 살자.

 

우월감은 버리고 살자. 전체 합산하면, 사람 다 거기서 거기다. 물론 뻥이지만...

 

참고

1. 민중이라는 심연 『아홉 켤레의 구두로 남은 사내』 연작을 중심으로

2. 윤흥길 소설에서 나타난 마조히즘의 양상 연구 — 아홉 켤레의 구두로 남은 사내 연작을 중심으로 —

3. 윤흥길 소설 연구 산업화 시대의 소설을 중심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