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상상력 출똥
춘향전은 상상이 좀 필요하다.
핸드폰도 없고, 인터넷도 없고, 심지어 TV도 없다.
대부분 농민이었으니, 우리 집도 농민으로 상상해 보자.
아빠는 어릴 때부터 농사일을 도왔고, 죽을 때 까지 농사만 할 예정이다.
겨울에는 할 일도 없고, 인생의 낙이라는 것은 없다.
아무리 열심히 해도 자신이 원하는 것을 가질 수 없다.
뭐 지금이랑 크게 다를 것 없어보이지만.... ^^
우리 딸은 시집 가기 싫어도 가야했고,
집안일은 끊임이 없었다.
여자아이가 서당에 가는 일은 조선에 없었다.
여자아이는 집안에서 한글을 배우는 수 밖에 없었다.
1886년이어야 비로서 여학교 이화학당이었다.
1930년에 일제가 조사한 자료에 의하면,
남자의 63.9% 여자의 92.0%가 한글과 일본어를 읽지 못했다.
배워도 쓸 데가 없는 데, 배우지 않는 것은 현명한 것일 수 있다. ^^;;;;;;
19세기만에도 보쌈문화가 있었다.
참혹하지만 성폭행범이 남편이 될 수도 있었다.
그리고 언제 전쟁이 일어날 줄 모르니
(남자가 후에 전쟁에 끌려나가면 죽을 수 있으므로,
괜찮은 놈을 골라 빨리 결혼 시켜서
그 넘이 빨리 군생활을 마치도록 해야 한다)
아빠는 우리 딸의 결혼식을 준비한다.
(그리고 농사는 사람이 있어야 할 수 있다.
아빠는 예전에 태어나도 일을 조금만 하고 싶다 ㅋㅋ)
생리할 때 쯤이면, 대부분 결혼했거나 결혼이 결정되어 있다.
모든 것이 막혀있고,
인생은 결정되어 있었다.
농부의 딸이 춘향전을 보았다면 어땠을까?
관심도 없는 넘과 결혼을 해야 하는데,
쓰레기 같은 양반 아들이,
(이몽룡은 바람둥이 16살 양반이었다.
그리고 양반이라는 이름으로 춘향 엄마 월매를 위협한다)
술집의 딸을 좋아한다.
(비 현실적이다. 춘향이는 전지현 급 외모에 글을 쓴다. 1930년대 여성 문맹율 92.0%를 기억하자)
(여기서 춘향전의 흥행비결은 지적 허영심에 있다고 아빠는 주장한다.
어디서 들어본 듯한 한자와 중국 이야기들이 넘치고 넘친다.)
그 아가씨도 양반아들을 좋아한다.
그리고 그 과정을 지나치게 자세히 설명한다.
(지나친 자극은 사람을 무디게 한다. 아빠도 사랑타령만 하는 건 싫다.)
말도 안 되는 소설이라,
이건 지금 엄마가 보는 막장드라마보다 더 자극적일 수 밖에 없다.
2. 진짜 같은 가짜
춘향전은 소설이다. Base on fiction.
후반부로 가면 술집 딸이 양반집에 부인이 된다.
어디서 본 것 같지 않냐?
가난한 집안 아가씨가 재벌 남자친구랑 만나서,
(이 넘은 공부 잘하는 날라리 같다. 종을 시켜, 놀러갈 곳을 알아보고 온갖 치장을 해댄다.
어려움을 겪으나 결국 행복하게 산다.
이런 스토리는 300년이 지나도
흥미있는 소재이다.
그런데 우리의 춘향전은 더 몰입하기 쉽다.
TV는 그냥 보지만, 한문과 한글을 잘 못 읽는 많은 사람들은
누군가 읽어줄 가능성이 있다.
구연동화를 듣듯 성대묘사가 있을 것이다.
배우를 보는 것이 아니라, 내가 이몽룡이 되고 성춘향이 되는 것이다.
특히 우리가 보는 완판본은 완주(현재 전주)에서 만들어졌다.
그 곳의 사투리이지만, 우리가 전주에 산다면,
대사가 쉽게 볼수 있는 말들이다.
3. 춘향전은 버전이 200종이 넘는다.
춘향전은 판소리용 소설만으로도 82종이 나왔고
지역마다 다른 버전이 나왔다.
예전에는 TV가 없어서 정말 사투리가 심했다.
다 자기들 입맛에 맛추어 고쳐쓰고, 또 고쳐썼다.
정성들이다.
4. 시시하고 말도 안 되는 이야기
16살에 남자를 알게되었는데,
엄마가 은근히 남자를 지원해 준다.
(이건 여자 보다 더 글을 읽고 쓰는 남자들의 환타지이다)
잠깐 만난 남자를 위해,
목숨을 걸고 기다린다.
(이 것도 여자 보다 더 글을 읽고 쓰는 남자들의 환타지이다)
아빠 경험상, 목숨 걸고 기다릴 만한 남자는 없다.
그렇다고 남자없이 살라는 건 아니다.
오히려 여러 책을 읽듯, 다양한 사람을 만났으면 한다
.
우리 몸은 매우 중요하기도 하지만, 아무것도 아닐 수 있다.
모든 가능성을 다 열어 둘 수 있도록, 강해졌으면 한다.
못 만나는 것이 아니라, 안 만나는 것으로... 화이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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